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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김상훈 2002-03-23 16:02:36 | 조회 : 440
제      목  샘터 4월호에 제이름 나왔네요~ 에헤 경사났네~
멋진 집 한 채 지어드립니다 - 농어민 무료 홈페이지 제작 동아리 ‘나누미’

http://www.isamtoh.com/Webzine/webzine_article.asp?no=1507&year=2002&month=4

- 박혜란 - 본지 기자

‘올해는 감귤 과잉 생산과 오렌지 수입 개방으로 농민들이 울상입니다. 거기엔 저희 아버지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일반 상인들과 밭떼기 거래를 하는데 관 당 500원 선에서 판매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정부에서도 최저 가격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농약 값도 안 나올 거라며 걱정입니다. 부모님 곁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손놓고 있어야 하는 저는 무척이나 괴롭습니다. 부모님이 손수 어렵게 재배한 귤을 ‘나누미’의 인터넷 장터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부모님의 얼굴에 미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제주에서 문향순’
자식처럼 애지중지 길러온 소를 길에다 내버리고, 피땀으로 가꿔온 밭을 제 손으로 갈아엎는다. 자연의 온갖 횡포도 묵묵히 다 견뎌낸 뚝심 있는 농부들도, 인간의 간사한 농간 앞에서는 그만 망연자실하고 만다. 왜 우리 농어민들은 풍년이 들어도 마음 편히 기뻐할 수가 없고, 그토록 부지런한데도 늘 가난한 것일까. 영월에 사는 병수도, 서울에 사는 수민이도, 정읍에 사는 승민이랑 진이도 그런 농어촌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사는 곳도, 개성도 서로 다른 그들이었지만, 각자의 마음 밭엔 똑같은 생각이 슬그머니 싹을 틔웠다. ‘우리가 그분들을 도울 순 없을까.’ 평생 한번도 마주치지 않고 살 수도 있었을 젊은이들을 인터넷에서 만나게 하고, ‘나누미’라는 모임까지 만들게 한 것은 바로 그 고운 마음의 싹이었을 것이다.
‘나누미(www.nanum2.com)’는 영세 농어민에게 무료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이다. 피땀 흘려 수확한 농수산물이 판로를 찾지 못하고 제 값을 받지 못해 애태우는 농어민들에게, 농수산품의 온라인 판매와 홍보가 가능한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관리해준다. “농민들이 부채 때문에 고속도로에 돼지를 풀어놓는 것을 TV에서 보고 가슴이 아팠죠.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춘천에서 군 복무중인 김상훈(23세) 씨가 그렇게 아이디어를 냈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재작년부터 ‘나누미’ 활동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처음 ‘나누미’가 만들어졌을 때, 주변에선 격려보다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각자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여유 시간이란 게 뻔하니 “그런 자원 봉사 활동이 오래 지속될 수 있겠어?” 하는 빈정거림도 괜한 트집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동아리의 시삽인 김상훈 씨는 ‘나누미’가 탄탄히 자리를 잡기도 전에 입대를 해야 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군에서 첫 휴가를 나오던 날, 그는 그만 눈시울을 적실 뻔했다. 너무나 예쁘게 잘 자란 ‘나누미’의 모습을 보고서.
오늘은 정말 오래간만에 ‘나누미’의 도우미들이 서울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겨우 두세 번 만난 사람들 치고는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꽤나 친근하고 소란스럽다. 운영진을 비롯한 15명의 도우미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기에, 직접 얼굴을 마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은 주로 인터넷 대화방에 모여 홈페이지 제작 진행 상황을 보고하거나 동아리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였다.
‘나누미’ 도우미들의 면면은 무척이나 다채롭다. ‘나누미’ 맏형 박균채(31세·광주) 씨부터 ‘나누미’의 살림꾼 박우진(25세·전주) 씨,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장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준 게 고마워 도우미로 나서게 되었다는 박진숙(22세·대전) 씨, 이제 막 대학 새내기가 된 윤재원(20세·서울)·방병수(20세·영월)·박규리(20세·서울) 씨, 컴퓨터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해 ‘이달의 우수 도우미’로도 선정된 이수민(19세·서울 한영외고3) 씨, ‘나누미’의 엉뚱한 막내 양승민(18세·정읍고2)·이진(18세·정읍고2) 씨까지, 사는 지역도, 나이도 이렇게나 다양할 수 없다.
이 날 모임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나누미’에 대한 애착으로 말하자면, 부시삽으로 궂은 일을 묵묵히 도맡아온 차영원(24세·인천) 씨와 군복무 중인 시삽 김상훈 씨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상훈 씨는 ‘연애 한 번 못해본, 23세 총각인 제게 떡두꺼비 같은 아들이 생겼다’는 편지를 <샘터> 앞으로 보내 읽는 이를 잠시 긴장하게 만들었는데(알고 보니 그 ‘떡두꺼비 같은 아들’이란 ‘나누미’를 말하는 것이었다), 친구들 만나 회포를 풀기에도 빠듯할 군대의 휴가 기간 동안 농어민 홈페이지 하나를 뚝딱 만들고 갈 정도로 정성이 지극하다.
지금까지 ‘나누미’는 ‘엘림 농원’, ‘에덴 농장’, ‘배사랑 농원’, ‘시골 농장’, ‘백운 송어 양식장’, ‘꿀벌 사랑원’ 등 13개의 농어민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밭에서 돌아온 농부가 인터넷으로 오이 주문을 받으며 활짝 웃는 TV 광고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누미’ 덕분에 홈페이지를 갖게 된 농어민들은 그 광고 속 농부처럼 활짝 웃으며 정성껏 키운 작물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전북 무주에서 벌꿀과 더덕, 송이, 산채 등의 임산물을 가꾸는 ‘에덴 농장’의 최창심 씨는 요즘같이 즐거운 때가 또 있었나 싶다.
‘상훈님이 수고한 보람이 서서히 현실로 나타납니다. 요즘은 주문량이 폭주하여 물건 포장해 보내기가 바쁘답니다. 하루에 무려 50~60건씩 주문이 들어오니까요. 그래서 택배 회사에 신용 거래 약정도 신청했습니다. 3,40대의 주부 고객도 많이 확보하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한 고객 관리를 구상 중입니다. 아마 상훈님이 제대를 할 때쯤이면 고정 고객만 수천 명에 이를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상훈님과 영원님, 그리고 도우미 분들을 초청하고 싶습니다. -에덴 농장’
‘나누미’ 회원들이 가장 뿌듯한 때는, 바로 이렇게 홈페이지 활용을 잘해 농가 수익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이다. 고맙다며 배즙이나 인삼주 등을 보내는 분들이 있지만, 그 따뜻한 마음만 받아두고 일체의 답례는 정중히 사양한다. 반면, 회원들이 가장 속상할 때는, 힘들게 만든 홈페이지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지는 경우다. 홈페이지가 농가 수익과 연결이 되려면, 농어민 스스로가 꾸준히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나누미’ 회원들은 당부, 또 당부를 한다.
‘나누미’의 회원들은 왠지 모르게 닮아 있다. 대부분의 도우미가 ‘콘테스트 21’이라는 인터넷 경진대회의 본선 진출자라는 게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겠다. 하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젊은 벤처 기업가가 될 수도, 아르바이트로 쉽게 용돈을 벌 수도 있었을 젊은이들이 굳이 자신의 재능을 농어민을 위한 무료 봉사에 보탠 것을 보면 그들 사이에는 그것 말고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신세대 젊은이들이라기에 왠지 뾰족한 얼굴을 떠올렸는데, 막상 만나보니 모두 동글동글한 느낌, 따뜻한 미소와 선한 눈매…. 맞다! 그 해맑은 웃음과 따뜻한 시선이 그들을 닮아 보이게 하는 이유였던 것이다.
컴퓨터든 인터넷이든 그건 하나의 그릇에 불과하다. 그 그릇에 어떤 생각과 마음을 담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그 그릇에 무엇을 담아야 좋을지, ‘나누미’의 젊은이들은 이미 그 해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나누미(www.nanum2.com)’는 홈페이지 제작과 관리에 도움을 줄 분들을 기다립니다. 관심과 열정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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