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에 추가

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마실길1코스 | 마실길2코스 | 마실길3코스 | 싸이트맵 | 운영자네집  


  공지사항

  여행후기

  잘쓴여행후기

  자주묻는질문

  묻고답하기

  자유게시판

  음식점안내

  숙박업소안내

  여행코스자료실

  교통정보자료실

  변산앨범

  방명록

  관련싸이트

  TV/영화속 변산반도


스팸성 광고글을 차단하기위해 게시판을 회원제로 운영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는 가입양식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남기실때는 먼저 중복되는 질문이 없는지 게시판검색을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글들은 방문객 2,000명 중에 한분이 남겨주신 변산여행 후기 입니다.
여행 가기전에 질문 남기기는 쉽지만 다녀와서 글 남기기는 상당히 어려운것 같습니다. ^^;
어려운거 마다않고 글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전체 | 일반 (37) | 최고였어요 (67) | 좋았어요 (103) | 별로였어요 (5) | 다신안가요 (8)
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박흥열 2003-10-30 15:40:43 | 조회 : 3769
제      목  변산반도를 가다(4)-끝
기간 : 2003.10.18..13:30 ~ 2003.10.19..22:00 (1박 2일)
숙박 : 정든민박
식당 : 모항포장마찻집(상호를?), 군산식당, 변산온천산장
이동 : 자가용
이동로 : 모항-정든민박-곰소염전-이름모르는 조선소-격포항-변산해수욕장-새만금방조제-해창갯가-지석묘

1. 선운사, 아니 변산
2. 모항에서 지는 해
3. 정든민박 정든주
4. 곰소, 퍽 쓸슬한 소금밭
5. 학생해양수련원지나 왼쪽 길에 조그만 조선소
6. 격포항 쌍등대
7. 어라? 변산해수욕장

------------------
8. 바다의 무덤 새만금 방조제

반지락죽의 생가라는 변산온천산장으로 꺽어지는 길 바로 앞이 새만금 방조제 전시관이라니, 아직 밥을 먹을 만큼 배가 고프진 않았기에 들렀다 가보자 했다. 길을 꺽어들어 가니 검표소 같은 게 있는데, 그냥들 간다. 우리도 가면서 보니, 뭐 돈을 받진 않는다. 왼쪽으로는 방조제 턱이 한단 높고, 오른쪽으로는 갇힌 바다가 보인다. 이 방조제가 저 건너 계화도 방조제와 연결되는 날엔 가운데 바다는 그만 감금되고 마는 것이다. 죄도 없이 재판도 없이 무기징역을 살게 되는 것이다. 엄청나게 넓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게 계화도와 연결되는 정도가 아니고, 더 멀리 군산 앞바다 비응도와 연결되는 정도 였다.) 야, 이 엄청난, 인간의 통 큰 욕심이라니.. 쌀을 수입한다고, 민족의 식량을 통제도 보호도 없이 와서 팔아도 좋다고 그거 싸인하러 맥시코까지 가서 설레발친 놈들 아닌가, 그리하여 결국, 부안에서 이경해 열사같은 농민이 나오게 만들어 놓고는, 땅을 팔아 먹으려고 '간척사업이 국가사업' 운운하며 바다의 목을 졸르고 있는 것이다.

더런 놈들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하고, 또 해도 방조제 길은 끝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전시관인가, 이 길끝에 섬에다 전시관을 만들어 놨능가? 그 전시관 입장하는 데 새만금 사업 재개해야 한다는 서명을 받고 있길래, 누군가 서명을 하지 안았다던데, 나도 하지 말아야지.. 하면, 새만금 살려내라고 써서 그 페이지를 못쓰게 맹글어 볼까? 뭐 그런 공상을 하면서, 줄레줄레 가는데 얼추 갔는가, 사람들이 차를 대고 방조제 위에 올라가 있다. 여행에서는 남들 가는대로 따라가면 다 진수를 만나게 되는 거라. 남들 보는 거 다 따라 보고, 그 중에 내 가심에 백히는 것만 주워 오면 되는 거라. 우리도 차를 세우고, 방조제에 올라가 본다. 아내는 지친다고 차에 있겠단다. 혼자 올라가 봤더니, 지나온 방조제 길이 다 보이고, 너른 바다가 날카로운 비늘을 반짝이며 숨죽여 오그리고 있다. 방조제 전체를 보기 위해서라도 올라와 보라고 해서 잠시 다들 올라가 보고, 더 볼것이 없어서 금새 내려왔다. 이쪽에 갇힌 바다가 자꾸 안스럽고, 두 바다가 방조제로 갈려 있는 것이 분단된 우리네 뭣같아서 마음에 걸렸다.

이쯤 되면 이 방조제는 그 크기나 위용을 자랑할 일이 아니었다. 바다의 배를 푹 찌른 칼 한자루의 그 크기가 자랑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옛 도검장인들은 자신의 칼이 사람을 살리는 데 쓰이기를 바랐다고 했다. 노벨도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용으로 쓰이는 걸 반대했다. 그런 걸 알라고 우리는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역사를 배워 그런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말자고 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토목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국토를 넓히는 일이 건설보국의 길인듯도 싶겠지만, 진정한 토목인은 자연의 결을 최대한 살려서 길을 내고 터널을 뚫어야 하는 것이다. 평탄해 지려고 애쓰는 땅을 골라 평탄하게 할 것이며, 바람의 길을 막아가며 길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오래쓰는 길이 되고, 재해가 생기지 않는 길이 된다. 억지로 바람의 길을 막아 사람의 길을 내니, 툭하면 무너지고 쓸려가고 뒤집어지고 깨진다. 억지로 산을 깎아내버리니 폭우때마다 홍수가 나고 인명이 살생되는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 서해바다는 오랫동안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을 먹여 살려 왔다. 사람이 캐 먹은게 아니고, 바다가 먹을 것을 만들어 준 것이다. 코 질질 흘리던 국민학교 시절에 우리는 커다란 사회과부도를 펼쳐놓고, 이 서해안은 세계에서도 자랑되는 리아스식해안이라고 배웠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조력발전을 하기로 이만한 데가 없으며, 이는 자연의 축복이라고 배웠다. 고마운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가꿔야 한다고 배웠다. 그건 우리가 가진 지식의 맨 바닥돌, 즉 기반을 형성하는 지식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손바닥을 뒤집고 건설보국의 위업이라 하면서 억지로 바다를 메워버리면 되는가. 그렇게 메워진 바다가, 사람에게 갇혀 죽은 아기바다의 무덤을 보면서, 바다가 잘했다고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을 줄 아는가. 지상에 쌓아올린 삼풍백화점도 무너지는 판에, 강바닥에 세워 올린 성수대교도 무너지는 판에 바다의 결을 어기고 억지로 쌓아올린 땅이 사람에게 아무런 재해도 가져다 주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는가? 어부들의 어머니인 바다의 배를 푹 찔러 놓고 나서, 그걸 자랑이라고 해서야 되는가.

새만금방조제는 바다에 누운 기념탑이다. 역사에 오래 남겨야 한다. 방조제의 끝에 있는 조그만 섬까지 차를 타고 가려고 이 엄청난 길을 냈다고 기록하면 될까? 바다의 가슴을 갈라보겠다고 도전한 인간의 무모함을 기념하는 와탑이라 기록하면 될까? 장자에 의하면 자연은 잔인한 것이다. 인간이 고마운 줄 모르고 함부로 자연을 훼손하면, 자연은 반드시 인간이 작업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되돌려 준다. 인과응보의 업이다. 오래 두고 보면 알게될 것이다. 이 새만금방조제가 아무런 바다의 복수를 받지 않고 길이길이 보전될 것인가, 아닌가를..


9. 변산온천산장 반지락죽 한그릇

돌아 나오다 보니 입구의 검표소 못미쳐 왼쪽으로 전시관 건물이 있다. 들어갈 땐 왜 못봤지? 사람은 보고싶은 것만 보게 되나 보다. 아뭏든 이제는 전시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가 봐야 뭐 주렁주렁 제 자랑만 늘어 놓으며 새만금공사를 더 해야 한다고 사람을 홀릴게 분명한데, 그걸 뭐 좋은 공부라고 들어가 보겠나.

차를 돌려 내변산 길로 접어 들었다. 곳곳에 플랭카드가 즐비하다. 이집도 바지락죽, 저집도 바지락죽 전문에 원조인데, 하다못해 상호가 '원조바지락죽'인 집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진짜는 '변산온천산장'집이라는 것을. 잘 아는 건 아니고, 어딘가 인터넷에서 봤을 뿐더러, 정든민박 아저씨께서도 일러 주셨다. 그랬으니, 바지락죽의 생가는 분명 그집이 맞을 터였다. 내가 바지락죽을 왜 반지락죽이라고 썼었냐 하면, 한상관선생님 홈페이지에 그렇게 써 있었기 때문이다. 표준말이 바지락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동네 사시는 선생님께서 반지락이라는 데, 어찌 반지락 아니라 할 것인가. 구불레팔불레 시골길을 오른다. 차가 몇대 마주쳐 지나간다. 벌써 2시가 넘었으니, 점심을 느긋이 마치고 나오는 치들일 것이다. 얼마나 가야하나, 영 안나올 것 같더니 불쑥 다왔다. 고바위 주차장에 차 댈데가 마땅찮을 만큼 장사가 잘된다. 들어가니 역시 바글와글하지만, 몇몇 빈자리가 있다.앉아 있으니 청년이 와서 상위에 종이(비닐이었던가?)를 깐다. 상 크기보다 조금 큰 전지다. 옆자리에도 사람들이 새로 들어와 앉았다. 어머니 모시고 애들 데리고 외식을 나온 형제들이다. 보기 좋다 싶은데, 며느리들이 없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뭏든, 상이 나왔다. 반찬을 까는데, 한 입 먹어본 아내가 '으음(역시)'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맛있냐니까, 정갈하고 찬의 원재료 맛이 잘 살았다 한다. 우리는 서로 한가지씩 맛을 보며 서로 이것 좀 먹어보라고 했고,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죽을 3인분만 시켰는데, 애들이 안먹으면 어쩌나 싶어서 였다. 배가 고플텐데 안고프다지, 내색도 없지, 그 참 이상도 하지. 청년은 그릇4개에 죽을 나눠 담아서 가져왔다. 으음, 점점 마음에 드는군.. 죽의 빛깔이 일단 이쁘다. 약간 갈색빛이 돌며, 바지락이 갈리지 않고 원래 모양 그대로 담겼다. 어제 저녁 모항의 백합죽은 백합이 어케 생긴건지 배우기 힘들었는데, 이 바지락죽은 바지락이 어케 생긴건지 배우기 좋게 되어 있다. 한 입 떠 넣는 데, 맛이 좋다. 참기름을 썼는지, 고소하고 비리지 않다. 참기름으로 볶다가 죽을 끓이나? 모항의 죽은 아줌니 손맛이 좋았고, 군산식당의 찬은 좀 짠듯해도 오래 내려오던 그 동네만의 맛이었다면, 변산온천산장의 바지락죽은 궁중음식같은 정갈함이 있었다. 입 짧은 작은 놈도 연신 잘 퍼먹고 있었다. 아유, 저리 잘 먹을 줄 알았으면 머릿수 맞춰서 시킬걸 싶다. 해창 반지락이 뻘이 없기로 유명하다더니 그거 없으니까 씹는 맛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집에서 조개국을 끓이면 암만 해캄을 시켜도 한두번 지분거리거나 딱 하는 게 꼭 나오게 마련인데, 정말 말끔하다. 다 먹고 그릇을 내려 놓길래, 너도 맛있더냐 물으니 맛있다고 한다. 그래, 나도 맛있다. 나를 맛있게 하지마라. 또 먹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냐. 그러나, 먹고 돌아서면 또 먹고 싶어질 맛이었다.

상을 물리고 나와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뽑아 먹는다. 이번 여행에서 아내는 커피와 원수가 졌다. 출발할 때, 보온병에 끓여온 커피가 굉장히 뜨거웠는데, 그걸 호록호록 마시다가 차가 잠깐 덜컹하는 바람에 울컥 마셔버렸던 것이다. 입안을 다 데어버려서 맛있는 걸 먹고도 맛을 못느끼게 되면 어쩌나 염려를 하면서 왔었다. 다행히 덴 입안은 그런대로 가라앉았고, 입맛도 잘 살아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식사를 한 지금, 커피를 들고 차에 타다가 그만 약간 엎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에공, 그렇게 집떠난 티를 내고 말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10. 해창 갯가에서의 굴맛

자, 이제 옷에다 조그만 얼룩도 냈겠다. 조금식 지쳐들 가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이 긴 글도 거진 끝나간다. 구불레팔불레 길을 되돌아 내려오는 데, 아쉬운게 한가지 남았다. 바닷가를 왔으면, 의당 뻘에 허벅지 쑤욱 담가 보고, 게구멍도 들쑤셔보고, 갯바우에 붙은 굴도 깨먹어 봐야 마땅하다. 그래야 비로소, 그 바다를 다녀온 추억이 세포에 살갗에 남게 마련이다. 그러나 허벅지를 담그기에는 날이 너무 쌀쌀했다. 또한, 그 일은 대단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되돌아가는 길에 피곤한 나머지 자버릴 염려도 있다. 그래서, 그런 추억은 다음 여름에 기회를 가져 보기로 하더라도, 갯바우에 붙은 굴은 한번 깨 먹어 봐야 맛인데, 마침 그 앞 길이 해창 앞바다다. 한상관 선생님에 의하면 누구든지, 맘껏 반지락을 캐가도 좋다고 하셨던 그 해창 앞바다다. 반지락을 캘 도구는 없지만, 이제 변산반도를 떠나는 길이니 만큼 마지막으로 오분만  바다를 보고 가자. 다리를 건너니 거기 마침 차를 대고 쉬는데가 있다.

벤치도 있다. 아내는 차에 있겠댄다. 밀물때라 그런지 바다가 아주 멀리 도망가 있고, 뻘 천지다. 이거야, 이거! 뻘이 이래야 하거든! 내려가는 계단이 준비돼있길래, 내려갔다. 먼 뻘만 바라보고 섰는데, 발 밑 갯바우에 붙은 굴껍질이 심상치 않다. 돌을 들어 톡톡 치니, 뚜껑이 열리고 손톱만큼 굴이 들었다. 짭조롬한 바닷맛! 애들을 내려 오라 이르고, 좀 더 들어가 굴을 땄다. 따는게 아니라, 돌로 깨서 알맹이만 뽑아 먹는 식이었지만, 딸애는 맛있다 한다. 대여섯개 깨 주고, 아들을 줬더니 안먹는 댄다. 얘는 배부르면 천하없이 맛있고 대단하다는 뭣을 줘도 안먹는다. 어찌보면 참 좋은 식성이다. 깨는 성의가 그리 많지 않아도 되지만, 먹을 거리도 그리 많지는 않다. 슈퍼에서 사먹는 굴이 살찌고 통통하고 뽀오얀 데다 고소한 우유맛이 돈다면, 이 해창갯가의 굴은 마르고 작고 투명한데다 짬조롬한 맛밖에 없다. 약간의 씹는 맛을 뺀다면 바닷물을 먹는 것 같다. 그런데, 바람부는 겨울날의 포장마차에서 먹는 어묵(오뎅은 꼬치안주를 이르는 왜말)의 맛을 집에선 암만 재현해도 안되는 것처럼, 식성이란 본시 장소에도 좌우되게 마련이어서, 여기는 바닷가 뻘밭이고 그대는 갯바우에 붙어 쌩쌩하게 살아있는 천연의 굴이다. 그러니, 갯냄새 묻어 까먹는 이 굴맛이 슈퍼에서 사다가 바람한 점 없는 따뜻한 방안에서 쉽게 찍어먹는 굴맛과 비교가 안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뻘바람이 분다. 아내가 고만 올라오라 한다. 어느새 세시반이 넘었다. 원래 차가 막힐 것을 계산해서 세시쯤 올라가기로 했는데, 아쉬워서 아쉬워서 삼십분이 늦어졌다. 만족스런 여행이 아닐수 없다. 바닷가에 와서 하고 싶었던 건 다 해본것 같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 큰아이는 바닷가에서 채취한 생생한 굴을 먹어본 경험을 가졌다. 내가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따라 반월갯가에 가서 빠져보던 뻘과 갯바우에서 깨먹던 굴맛을 잊지 못하고, 그 추억을 친구를 사귈때마다 두고두고 유용하게 써먹었듯이 내 아이도 그러할 것이다. 아빠가 깨 주던 굴맛과 머리칼을 날리던 뻘바람과 발을 잘못 디뎌서 신발이 조금 뻘에 빠지는 바람에 엄마한테 혼날까봐 걱정하던일, 마른 풀을 주워 신발에 묻은 뻘을 닦아내던 일.. 바닷가에 대한 경험치의 폭이 좁아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바닷가에서 온 친구를 사귈때는 훨씬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 사귈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와서 이보다 더한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이 또한 해창뻘이 준 고마운 선물일 따름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뻘을 경험한 그 청정하던 반월뻘은 시화공단을 조성한답시고 폐수등속으로 푹푹 썩혀 죽음의 뻘을 만들어 버렸고, 딸아이가 뻘을 경험한 해창뻘 앞에는 새만금방조제가 버티고 섰다. 모든 생물이 죽고 바다도 썩어 공상영화에서나 나오던 죽음의 지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화간척지를 다시 만든다는 건 인간의 우매를 넘어 야욕이다. 생명이 죽건 말건 봉이김선달처럼 없는 땅을 만들어 땅장사나 하겠다는 그 무책임한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제 시화뻘이 죽어 버린 지금, 새만금 해창뻘마저 그 길을 걷게 된다면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뻘을 구경시켜 주기위해 목포까지 내려가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지 말라고,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는 누나의 손길처럼 뻘바람이 불어왔다.


11. 고인돌, 아니 낑낑 돌

변산을 떠난다. 아쉬움 투성이 여행이지만, 이제 길을 냈으니 돼지만 차면 또 올수 있을 것이다. 안쓰느라 안쓰느라 해도 여행이다. 가세가 휙 기울었다. 어찌어찌 길을 따라 부안인터체인지를 찾아 가는데, 갑자기 요리로 가면 지석묘가 있다는 팻말이 나온다. 난데 없다. 암만 바빠도 우리 가는 길 지켜섰다가 들렀다 가라고 나온 팻말인데, 어찌 매정히 뿌리치고 가랴. 예정에 없던 구경이어서 길도 모르고 지식도 없다. 어디선가.. 어떤 고인돌이 슈퍼 뒤에 있고, 어떤 고인돌은 장독대에 있다는 걸 본 기억만 있을 뿐이다. 고인돌 뭐 볼거 있겠나만, 얼마나 큰지 귀경이나 하고 가자. 남들은 찾아와서도 본다는 데 보고 가라고 튀어 나온 걸 뭐, 봐야하지 않겠나.

골목을 꺾었다. 아니, 차를 골목으로 꺾었다. 골목 끝에 우측은 의경애들이 족구를 하고 놀고 있다. 좌측길 뿐이니 좌측으로 꺾었다. 딱 차 한대 다닐 길이다. 길따라 다시 우측으로, 다시 좌측으로, 다시 우측으로 꺾고 나니, 이게 정말 그 길인가 싶은데, 아직까지는 외길을 왔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골목이 끝나니 왼쪽은 논이요, 오른쪽은 집인 길이 90도로 꺾여 지그재그다. 길폭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아차 잘못할 시 논에 처 박히게 생겼다. 코스 시험도 이래 어렵지 않았지 싶다. 그럽 좁은 길이 90도 각도로 꺾이니 차를 멈췄다 뺐다 다시 가길 반복해야 한다. 아, 이 고난끝에 영광의 고인돌은 나타나줄 것인가. 선인들이 고인돌을 세웠을 벌판에 후세의 인간들은 어찌이리 좁게 만들어 놓고 산단 말인가. 어이구, 문짝 긁히게 생겼다. 아내가 내려서 봐줘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낑낑거리며 갠신히 갠신히 차를 꺾으니 아까 골목으로 꺾던, 예의 그 고인돌을 가르키는 푯말이 있던 큰 길이 나온다. 와우, 살았다. 큰 길이 얼마나 고마웁던지 이제 고인돌을 가르키는 팻말따위는 다시는 안따라가리란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영 이상하단말이야. 나는 분명히 외길만 걸었는데, 길이 동네를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나왔거든? 그럼 저 팻말은 뭔가.. 대낮에 귀신에 홀린듯하다. 아내는 다른 길이 있었을 거라 하지만, 나는 분명히 외길만 따라 가다가 나온 것이다. 야, 정말.. 별일이 다 많다. 진땀 마른땀 다 흘려놓고 이제 인터체인지 가는 큰 길만 찾는다. 가던 길을 되도나 싶게 길을 꺾고 가니 오던 길이 보인다. 그러다가 다른 방향으로 꺾어지는데, 고속도로가 보이면서, 왼쪽으로 너른 들판이다. 아아, 부안 농민이여, 가까운 역사에 녹두장군을 따라, 엊그제는 맥시코 칸쿤에서 스스로 가슴을 찔러 농민의 길을 지켜야 했던 슬픈 땅이여. 그 슬픔을 태우는지, 먼 들에 연기가 오른다. 오르다 바람에 흩어지는 풍광이 못내 안스럽기만 하다.

고속도로를 탔다. 4시. 고속도로를 타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이 죄 잔다. 잘자라. 너희들의 잠은 아빠가 지킨다. 씩씩하게 달렸지만, 안전을 위해 천천히 쉬어가야 했다. 군산휴게소에서 젓갈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젓갈을 샀다. 사고보니 강경젓갈이다. 곰소젓갈은 없다. 줄거지 줄거지 온 길을 오른다. 떠날 때와 달리 이제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작은 영토, 집이 그토록 그립다. 여행은 나에게 집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속삭여주는 또 하나의 계기였다. 남당진부터 막힌다는 고속도로를 기다리고 기다려 결국 매송에 내렸다. 와우, 얼마나 얼마나 많이 밀려왔던지 안아픈데가 없다.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다. 내려갈때 쾌속의 3시간을 무시하고, 올라올때 6시간으로 보답받았다. 어디선가 저녁을 먹고 들어 오려다가 길은 점점 더 막힌다지, 애들은 골아 떨어져서 일어나질 못하지, 할 수 없이 굶고 집에 까지 왔다. 집에 와서 씻고, 라면 끓여먹으니 그 맛이 기가 막힌데, 그 다음엔 기억이 안난다. 내가 아마, 라면 다 먹고 어린왕자처럼 노란뱀에 물렸던 모양이다. (끝)

** 아래한글에 복사해 놓고 a4용지로 뽑아봤더니, 무려 25장이다. 아이고, 지겨운거, 내가 생각해도 내가 징하다. 후기를 쓰기가 너무 지겨워서 서둘러 마친 감이 없지 않다. 찬찬히 보면서 수정할 사항이 있으면 다시 수정하고, 그러면서 살겠다. 다녀오긴 1박2일인 여행을 한달이나 우려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

글에서 느꼈는데 참~ 준비 많이 하고 가신것 같아요. 저보다 더 변산에 대해 잘 알고계신것 같습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여행 다니는 모습 그려보니 무지 부럽습니다. 후기 정말 잘봤습니다. 인연이 되면 나중에 뵐수 있겠죠? 지금처럼 멋진 남편! 멋진 아버지로 행복한 가정 이끌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세요 10.31. 01:22 -  
박흥열
기나긴 후기를 보고 아내가 몇가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제 느낌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든민박의 방음에 관한 언급(술취해서 자느라 몰랐겠지만, 옆방의 말소리는 정말 잘들렸다), 바지락죽맛에 대한 언급(반찬은 깔끔했지만, 죽은 기름맛이 과했다)등등.. 아내의 이의제기를 첨가한 수정본을 내던지, 후기에 대한 꼬리글을 달던지 해야 겠는데, 당분간 바쁠것 같네요. 아주 잊고 살다가 차근차근 덧대던가 하겠고요, 김상훈님도 지겨운 홈관리를 즐겁게 해 나가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11.03. 09:56 -  
김소연
길었지만 그만큼 마음에 와닿는 후기였습니다. 신랑과 단둘이 가게 된다면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은데.. 오는 15일 변산방문때는 10명이 넘는 대가족이 변산으로 떠날터라 님과 같은 멋진 여행이 되지는 않을 듯 싶네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멋진 여행으로 기억되길 기원합니다. 참고로 저희는 동진캐슬을 예약했는데 다녀와서 글재주는 없지만 여행기를 올려보도록 할께요. 11.11. 05:24 -  
박흥열
부럽습니다. 대가족 여행이라니.. 재밌게, 또 맛있게 다녀 오시고, 뒷맛도 오래오래 가는 여행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대가족 여행가면 쭘마는 줄거지 시중이지, 뭐..이렇게 생각하고 가시는 것 보다, 여행을 갔을 때 새롭게 뵐수있는 가족들의 풀꽃처럼 작고 예쁜 것들만 많이 담아 보시고 스스로 기쁘시기를.. 어, 저는 여행은 축소된 생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미줄에 떨어진 이슬이 빛나는 건 죽도록 거미줄을 쳐 이슬들을 연결해 놓은 희생자 계급- 거미가 있어서 이며, 사실 거미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이슬들의 핵심배후세력 아니겠습니까? 하처작주(何處作主)-어느곳에서든지 주인이 되라..는 말씀처럼.. ^^ 11.12. 10:14 -  
최문성
박흥열님의 글을 읽고나니 한줄 감탄의 글을 쓰기 위해 회원가입을 하고야 말았군요. 1박2일의 짧은 여행에서 그리도 많은 것을 담아 오실 수 있는 마음이 감탄스럽고 또 가슴에 와 닿는 글로 옮기시는 능력이 감탄스럽습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글을 쓰시는게 직업이시거나 반직업이신 분이 아니실까 생각되는군요. 정말 오랜만에 가슴에 와 닿는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마치 제가 다녀온 것처럼 마음이 설레이는군요. 11.17. 01:41 -  

번호 Category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61 좋았어요  여유로웠던 변산반도 여행~^^* [1] 시내   04.03.03 3187
160 최고였어요  늦은 여행후기(내소사 설경과 정든민박) [1] 김선미   04.02.03 4088
159 좋았어요  운영자님 덕분에...........^^ [1] 가현Ol   04.02.02 2926
158 좋았어요  처음 만난 변산반도 [2] pentawish   04.01.12 4051
157 최고였어요  변산반도 휴일여행 짱이었습니다.... [1] 김병욱   04.01.05 5436
156 좋았어요  동진 케슬을 추천합니다 [1] 김길영   04.01.05 4523
155 좋았어요  주말 변산 여행~~^^ [1] hesper   03.11.17 4547
154 최고였어요  선운산 후기는 남기면 안될까요 히~ [3] 정소정   03.11.12 2949
최고였어요  변산반도를 가다(4)-끝 [5] 박흥열   03.10.30 3769
152 최고였어요  변산반도를 가다(3) [2] 박흥열   03.10.29 2859
151 최고였어요  변산반도를 가다(2) [1] 박흥열   03.10.26 3046
150 최고였어요  변산반도를 가다(1) [5] 박흥열   03.10.23 5086
149 좋았어요  가족끼리의 여행에 좋은 추억거리를 남겼습니다..... [1] 황용   03.10.21 2626
148 최고였어요  김상훈님 홈피 덕을 봐서 감사합니다~~ [1] 장지욱   03.10.14 2426
147 최고였어요  가족여행 [2] 김남수   03.10.12 3636
146 좋았어요  기억에 남는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1] 한여숙   03.10.10 2936
145 최고였어요  변산반도..그리고 탐라산장!! [2] 박수연   03.10.06 3991
144 좋았어요  격포해수욕장, 내소사, 절~대 잊을수 없는 내변... [1] 최성은   03.09.30 3718
143 최고였어요  혼자 떠난 여행 [2] 강희진   03.09.28 2400
142 최고였어요  변산노을 정말 멋있었습니다. [1] 김정은   03.09.05 3808
 [1][2][3] 4 [5][6][7][8][9][10]..[12] 다음글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daerew 

Copyright ⓒ 2000-2004 변산.kr. All rights reserved.
변산.kr 웹사이트 내의 이메일주소 무단수집을 거부합니다.
MSN : chilgu@hotmail.com   e-Mail : ksh1979@hanmail.net

운영자의 다른 홈페이지
내소사 소개 홈페이지

 · 변산반도 지도
 · TV/영화속 변산반도
 · 불멸의이순신 세트장
 · 변산(부안)의 날씨
 · 운영자네집
 · 물때정보 / 일몰시간
 · 자주묻는질문
 · 대형할인마트 정보

 · 정든민박 - 추천
 · 동진캐슬펜션 - 추천
파일의 제목에서
움직임 멈추기